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에서의 하루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다 보면, 도시의 고층 건물들 사이로 반짝이는 현대적인 풍경에 자꾸만 눈이 머무르게 됩니다. 하지만 도시 중심부인 메르데카 광장 근처에 발을 들이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곳에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서 있는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Sultan Abdul Samad Building)이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무굴 양식이 돋보이는 이 건물은 붉은 벽돌과 아치형 창문, 그리고 돔 위에 얹힌 황금빛 첨탑이 눈부신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때 영국 식민 통치 시절의 행정 중심지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지금은 말레이시아의 독립과 현대사를 품은 상징적인 건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아침, 메르데카 광장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그 끝자락에 우뚝 솟아 있는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은 이미 많은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웅장함은 가까이 다가가도 결코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붉은 벽돌 사이사이의 정교한 디테일은 오래된 역사의 숨결을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건물 중앙의 시계탑이었습니다. 탑 꼭대기의 시계는 여전히 정확하게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 아래를 지나며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이야기들이 공간을 지나갔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은 말레이시아 역사 속 깊은 흔적을 남겼지만, 동시에 영국의 흔적도 뚜렷이 느껴졌습니다. 독특한 건축 양식은 이국적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얽힌 이 공간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았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건물은 조명이 더해져 낮보다도 더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쿠알라룸푸르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현대적이고 활기찬 도시의 모습 속에서도, 과거의 유산이 이렇게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를 기억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입니다.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기념하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기리는 모든 순간들이 이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는 이들에게시간을 초월해 도시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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